의료법 개정에 따라 확대된 의사 면허취소 사유, 의사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2026-08-05김·장 법률사무소성재호
의료법 개정에 따라 확대된 의사 면허취소 사유, 의사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들어가며 — “설마 이런 것도”

“운전하다가 사고를 한 번 잘못 내면 병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과장처럼 들리지만, 지금 시행 중인 의료법 하에서는 충분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흔히 ‘의사면허취소법’이라 불리는 개정 의료법이 2023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 지 3년이 가까워지지만, 본인의 진료 방식이나 병원 운영 방식이 이 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개원의는 많지 않다. 실제로 법 시행 직후인 2024년 상반기 한 해 동안만 의료인 335명이 행정처분을 받았고, 이 중 57명이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상당수 사례에서는 의사 본인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내다가 갑자기 수사기관이나 관할관청의 연락을 받고서야 면허취소 가능성이 발생하였다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무엇이 바뀌었나

개정 전 의료법은 ‘의료관계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개정 의료법은 ‘의료행위 중 발생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또는 선고 유예를 받으면’ 의료인 결격사유로 규정한다. 사기·횡령·배임·도로교통법위반·근로기준법위반 등 의료와 무관한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금고형 이상의 판결이 확정되면 의료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면허가 필요적으로 취소된다. 실형뿐만 아니라 집행유예·선고유예까지 포함되므로, 실제로 형이 집행되지 않았더라도 판결이 확정되는 순간 결격사유가 발생한다. 의료행위 중 발생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는 예외로 하지만 일상생활 중 발생하는 과실치상이나 고의범은 구제 대상이 아니다. 면허취소 후 재교부 문턱도 훨씬 높아졌다. 개정 전 3년이던 재교부 가능 기간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으로 늘었고, 재취소 시에는 10년간 재교부가 금지된다(의료법 제65조 제2항). 여기에 2020년부터는 재교부 심사가 한층 엄격해져서 의사면허의 경우 재교부율은 2020년 85%에서 2024년 9%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의사들이 놓치는 ‘의료행위 밖’ 리스크

개정법의 무게중심은 의외로 진료 현장이 아니라 병원 운영 전반에 있다.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졌던 사례들을 유형별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임금체불·퇴직금 미지급

가장 쉽게 간과되는 영역이다. 근로기준법 제43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까지 가능한데, 병·의원이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과정에서 퇴직일로부터 14일 내 퇴직금·임금을 청산하지 못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직원과의 임금 분쟁이 ‘민사로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② 세금·재산 관련 범죄

절세를 위한 여러 방안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과세관청에서는 단순 세금탈루가 아니라 조세포탈에 이른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존재하며 조세포탈의 경우 탈루 금액에 따라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부터 무기징역에 이를 정도로 형량이 중한 범죄이다. 또한 동업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여 동업자들끼리 병원 자금의 횡령·배임 등으로 서로 고소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에도 징역형으로 이어지면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병원 개업을 위한 대출 과정에서 브로커를 통해 금융기관에 허위 증빙 서류를 제출한 수백 명의 의사들이 면허취소 위기에 몰리기도 하였다.

③ 진료와 무관한 일상 형사사건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교통사고나 일상적 폭행처럼 진료와 무관한 형사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운전 중 과실로 사망사고를 내 금고형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에도 면허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입법 당시 의협이 강하게 문제 삼았던 지점이도 하다. 특히 음주운전, 무면허운전은 범죄의 특성상 동일한 사람이 거듭 실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사회 분위기상 2번 이상 적발되어 처벌받는 경우에는 면허취소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점검해야 할 것들

① 인사·노무 관리 체계 정비.

직원 급여와 퇴직금 지급일을 하루도 넘기지 않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폐업·이전·인수처럼 운영상 변화가 생기는 시점에 정산 누락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사전에 노무 전문가의 점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② ‘의료법 위반이 아니니 괜찮다’는 통념 버리기.

지금은 의료법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어떤 형사사건이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면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업시 활용한 금융대출 문제, 사업상 분쟁, 동업 과정의 금전 문제, 일상적인 교통사고까지도 결격사유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병원 운영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③ 사건 초기부터 면허 리스크를 염두에 둔 대응.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는 초기 단계부터 면허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법률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 사건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요즘은 AI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자신감으로 사건 초기 대응을 그르치면 이미 선택지가 줄어든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응으로 수사 단계에서 리스크에서 벗어나거나  이후 양형 단계에서 벌금형이나 금고형 미만으로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면허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경우가 많으므로, 형사 변호와 행정 자문을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맺음말

이 글은 법 개정의 타당성을 다시 논하기 위해 작성한 것은 아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인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대비다. 면허는 의사 개인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면서 동시에 병원 운영의 전제이기도 하다. 진료 그 자체보다 인사·노무·세무·운영 구조 같은 ‘진료 외 영역’의 관리가 결국 면허를 지키는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인 이 글에서 언급한 리스크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면, 사건이 커지기 전에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보길 권한다.